인물이 지금 슬프다고 '말하지' 말고
한 쪽만 해진 초록색 2인용 소파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히 '보여주라'.
당신의 작품 속 한 장면이 독자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지도 모른다.
'묘사의 힘' 활용 방법
이 책의 저자 샌드라 거스는 14편의 장편소설과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수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소설가이며 동시에 편집자입니다. 작가들의 임무이자 과제인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방법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정리해 놓은 알짜배기 작법서 중 하나입니다. 배운 것을 직접 적용해볼 수 있도록 연습 과제가 중간 중간 수록되어 있습니다. 예제의 정답을 적어 보는 과정을 통해 미처 몰랐거나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오던 글쓰기 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이 궁금하시다고요?
감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손에 잡힐 듯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내 이야기에 독자가 몰입하고 공감해 주길 바라시나요?
'보여주기'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으신가요?
언제 '보여주는' 것이 더 좋고 언제 '말하는' 것이 더 좋은지 판단하는 기술을 익히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보여주는' 글쓰기의 놀라운 힘
말하기 VS 보여주기
말하기는 작가가 단정내린 결론과 해석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일입니다.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반면, 보여주기는 독자에게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세부 사항을 충분히 전달한 끝에 독자가 결론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즉, 말하기는 사실을 전달하고, 보여주기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도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 고치기 요령
'말하는' 부분을 찾아내어 '보여주기'로 고쳐 쓴다.
- 부사 : '~이', '~히' 같은 부사 파생 접미사 (예 : 빨리, 조용히, 서서히, 천천히 등)
- 상태 인지 동사 : 보았다, 생각했다, 깨달았다, 들었다 등
- 감정 언어 : 아연하다, 분하다(활용형:분하게, 분해서) 같은 형용사와 '놀라움', '혼란' 같은 명사
- 수동적이고 힘이 약한 동사 : 느꼈다, ~였다, 보였다 등
행동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요약해서 말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인물이 하는 행동을 직접 따라해 보자. 보여주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시각뿐만 아니라 냄새와 소리(삼킨 비명을 소리로 친다면)의 감각을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자주 쓰는 감정 언어 목록을 만들어 두었다가 퇴고할 때 수정해 보자.
위의 글 고치기 요령에서 언급한 힘이 약한 동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행동을 묘사할 때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쌓아올리는 장면에서는 힘이 강한 동사를 이용하여 인물이 걸을 때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면 좋습니다.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직유와 은유 같은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직유란 조사 '~같은', '~처럼'을 사용해 두 가지 사물을 나란히 놓고 표현하는 방법이고, 은유는 두 가지 사물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합니다. '그의 눈은 바다다' 같은 표현이 직유법에 해당됩니다.
인물 배경을 풀어 쓸 때는 조금씩 정보를 흘리며 독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물의 과거를 밝히기 전에 독자가 인물에게 관심을 쏟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흐름 상 필요한 배경 정보만 조금씩 던져 주어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대화를 통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때는 특정 정보를 아직 알지 못하는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을 피하고, 자신의 과거를 밝히기 꺼려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다른 인물이 그 과거를 억지로 캐내도록 설정하면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황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연습 #7
1. 여러분이 쓰고 있는 원고 첫 장을 살펴보자. 인물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부분이 있는가? 그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라. 지금 이 시점에 독자가 이 모든 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가? 지금 벌어지는 사건을 독자가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을 남기고 장면을 팽팽하게 조이라. 지금 당장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2. 장면 안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인물 배경을 일부분 드러낼 수 있는가?
3. 인물 배경에 대한 설명의 일부를 이야기 후반으로 옮길 수 있는 가?
배경 묘사를 할 때는 장황하고 길게 묘사하지 않도록 합니다. 현대 독자들은 장황한 묘사 장면을 읽기 보다는 바로 사건에 돌입하고 싶어합니다. 한꺼번에 정보를 길게 늘어놓는 대신 이야기 사이사이에 묘사를 조금씩 흩뿌려 넣는 것이 좋습니다.
모호한 명사 사용을 피하고, '아름다운', '영리한', '매력적인' 같은 형용사 보다는 '반짝이는', '하늘처럼 파란', '별 모양의' 같은 구체적인 형용사를 사용합니다. 시점 인물의 배경과 성격, 상황을 고려하여 그 인물이 알아챌 수 있을 만한 것들만 묘사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것을 눈여겨보기 때문입니다.
인물 묘사 또한 첫 장에서 인물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묘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처음 만나는 순간에는 서로에 대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만 묘사하면 됩니다. 가장 뛰어난 묘사는 인물의 외모와 함께 성격까지 드러나는 것입니다. 특히, 시점 인물이 사용할 법한 비유적인 표현을 이용해 다른 캐릭터를 묘사한다면 한 번에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잘 숙성된 최상급 화이트 와인처럼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이 애니의 갸냘픈 어깨에 닿을 듯이 살랑거렸다.
- 소설 <와인의 어떤 것 Somthing in the Wine>
감정 묘사는 로맨스 소설처럼 인물이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가끔씩 감정 언어를 문장의 주어로 삼고 이를 힘이 강한 동사와 짝지어준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주 가끔씩만 사용해야 합니다.
문장의 주어로 오는 감정 언어 예시
"안도감이 티나의 가슴에 흘러넘치며 숨이 막혀왔다."
(고쳐 쓰기 : 하느님, 감사합니다. 티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려고 애썼다.)
말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에는 신체 반응(비자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 몸짓언어와 행동, 얼굴 표정(시점 인물이 아닌 인물에게만 사용할 수 있음), 대화, 내적 독백(생각), 배경 묘사, 오감, 비유가 있습니다.
나
가는 곳마다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몸짓언어와 행동을 기록하면 좋고, 한 종류의 감정을 지나치게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몸짓언어에는 다른 몸짓언어나 대화, 혹은 내적 독백을 덧붙여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분명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대화를 쓸 때는 중간에 한 번씩 인물이 어떤 말투로 말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부사나 형용사에 의존하지 않고 묘사해 봅니다. 내적 독백은 1인칭 시점으로 작은따옴표를 사용해 구분하거나 그런 구분 없이 현재 화법 그대로 서술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내적 독백에서도 인물이 선택하는 단어를 통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인물마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화가 났을 때 어떤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욕지거리를 내뱉지만 어떤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살짝 굳은 입가로만 감정을 내보입니다.
대화 잘 쓰는 법
대화는 훌륭한 '보여주기' 방법이지만 '말하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의사항을 아래에 정리해 봅니다.
1. 하녀와 집사의 대화
'알잖아요, 밥 대화'라고도 불립니다. 대화를 통해 정보를 대량 방출하는 종류의 대화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나누는 장황한 대화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되풀이 할 때는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2. 독창적인 대화 꼬리표
'물었다', '대답했다', '말했다' 등의 대화 꼬리표를 사용한다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자에게 대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대화 꼬리표를 피하고, 대화 자체가 그 자신을 대변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3. 대화 꼬리표에서의 부사
몸짓언어와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으므로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4. 간접화법
대부분의 경우 간접화법은 '말하기'의 또 다른 형태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지만 가끔은 간전화법을 사용하는 편이 바람직한 경우가 있습니다.
'보여주기'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이야기 진행 속도가 느려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생략하도록 합니다.
'말하기'가 더 나은 선택인 경우
어쩌면 작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조언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가 아니라
'보여주고 말해주라'일 것이다.
가끔은 '말하는' 것이 '보여주는' 것보다 바람직한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여덟 가지 경우를 아래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단어를 낭비하지 말고 '말하기'로 요약하여 표현합니다. 샤워를 하거나, 옷을 입거나, 차를 타고 출근하거나, 저녁 식사를 만드는 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여기에 속합니다. 인물이 스파게티 소스에 독을 넣는 것처럼 플롯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2. 장면 전환
'말하기'는 장면을 전환하는 데 유용합니다. 시간을 건너뛰거나, 시점을 바꾸거나,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독자가 해당 장면으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3. 되풀이하여 등장하는 정보
어떤 정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을 피하고 싶을 때 '말하기'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가 이미 목격한 어떤 일에 대해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말을 전하는 경우 이를 요약해서 표현합니다.
4. 반복적인 사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사건을 요약할 때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길에서 몇 차례에 걸쳐 강을 건너야 한다면 한 차례만 극적으로 '보여준' 다음 나머지는 '말하기'로 요약합니다.
5. 속도
이야기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어떤 정보 하나를 재빨리 전달하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가끔은 '그가 미소지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라고 보여주는 것보다 좋을 때가 있는 거죠.
6. 맥락
어떤 장면이 펼쳐지기 전에 그에 대한 정보를 슬쩍 말해 주거나, 규칙적이고 느릿하게 진행되는 전개 과정을 요약해서 전달할 때 '말하기'를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7. 서스펜스
독자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서스펜스를 조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8. 초고
'말하기'를 사용해도 괜찮은 곳은 바로 소설의 초고입니다. 초고부터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벗어던져야 합니다. 처음 원고를 쓸 때는 플롯과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보여주는 문장을 쓰느라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그냥 '말해준' 다음 그 부분을 건너뛰자. 퇴고 단계에서 전체를 살펴보면서 수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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